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끼운다
흠집 하나 없는 예쁜 잎보다
구멍 뚫린 빛나는 잎을 담는다
상처 없는 가슴은 빛의 통로가 없으니
그러나 구멍 뚫린 잎 중에서도
제 형태를 간직한 잎만을 담는다
사나운 시대가 자신을 훑고 갔어도
푸른 가슴을 수차례 관통당했어도
정신의 뼈대는 굳건히 남아 있어야 하리
상처로 자신마저 잃어버린 사람은
동정할 순 있어도 사랑할 순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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