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기슭에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이 참나무는 뿌리가 깊고 몸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 늘 으쓱거렸다.
“세상에 나를 이길 놈은 없을거야. 나처럼 튼튼한 놈이 없으니까. 그리고 다른 녀석들을 늘 내려다볼 수 있게 키도 크잖아.”
그러던 어느 날, 굉장한 폭풍이 몰아쳐서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다. 참나무도 꼿꼿이 서서 폭풍과 용감하게 맞서 싸웠으나 끝내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부러진 참나무는 거센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얼마를 떠내려가다 보니 강기슭에 갈대들이 멀쩡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갈대들은 물살에 밀려 떠내려가는 참나무를 가엾다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참나무가 갈대들에게 물었다.
“갈대야, 넌 그 험한 폭풍 속에서도 어떻게 아무런 상처 없이 살아 남았니? 힘도 나보다 훨씬 약한데…”
갈대들이 말했다.
“폭풍이 저희들을 해치지 않은 것은 저희들이 늘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참나무님은 폭풍이 왔는데도 고개를 쳐들고 버티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러진 거라구요. 위기를 이기는 것은 꼭 힘만은 아니랍니다.”
“유능한 뱃사공은 돛을 바람에 맞추어 놓는다” [플라우투스]